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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및 경제

한국, 고용없는 성장 뿌리 내리나

'해외서 만들어 수출 '역대 2위'.. 한국, 고용없는 성장 뿌리 내리나'

중계무역 규모가 가파르게 늘면서 '고용없는 성장'이 한국 경제에 더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계무역은 해외 현지법인이 생산한 완제품을 사들인 뒤 국내로 반입하지 않고 현지나 제3국에 파는 무역형태다. 이때 생기는 거래차액을 국제수지에서 중계무역 순수출로 잡는다. 국내 기업들의 중계무역 확대는 해외 공장 증가를 의미한다. 국내 고용에는 부정적이다. 더구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어서 우리 기업들의 해외 제조라인 신증설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11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계무역 순수출은 127억2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2위 규모다. 역대 최대규모는 지난 2013년 146억900만달러였다. 한은 "중계무역 항목의 상당 부분은 휴대폰 관련이고, 우리나라는 베트남에서 생산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우리 기업의 중계무역 부문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고용의 핵심인 제조업의 해외생산이 확대되다 보니 국내 고용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제조업 전체로 보면 중계무역 순수출이 다시 확대된 지난 2016년 5000명의 취업자 감소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취업자수 감소 규모가 1만2000명으로 늘었다. 이와 관련, 통계청은 조선업 경기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이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조선업 경기와 무관하며 경기가 좋다고 할 수 있는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 취업자를 봐도 수치는 감소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 취업자수가 1만3000명 감소했다.

올해 연초부터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투자를 늘려야 하는 요인이 하나 더 생겼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삼성.LG 등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게 되면 국내 고용시장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협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세이프가드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초부터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는 한은도 가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긍정적인 경제상황에도 고용의 회복속도가 다소 미흡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이 전망하는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은 30만명, 내년에는 29만명으로 올해부터 취업자수로 보면 감소가 예상된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미국 현지공장 늘리는 것도 기업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미국 통상압박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고려할 수 있겠는데 이에 따른 우리나라 고용이 축소될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수출을 내수로 연결시킬 수 있는 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수출이 고용에 직접적 낙수효과가 없는데 수출로 늘어난 소득이 내수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며 "물가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한다든지 경제심리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