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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P&기술

'젊은 로봇 공학자' KIST 임세혁 박사

'젊은 로봇공학자(Young Robot Engineer)' 코너는 로봇신문과 한국로봇학회가 공동으로 기획한 시리즈물로 미래 한국 로봇산업을 이끌어 갈 젊은 로봇 공학자를 발굴해 소개하는데 있다.

여덟번째 인터뷰어는 KIST 임세혁 박사다. 1980년생인 임 박사는 서울 출신으로 현대고를 거쳐 서강대학교에서 기계공학으로 학사 및 석사, 2012년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2013년 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1년여간 카네기멜론 대학교, 2014년 4월부터 2015년 5월까지 1년간 MIT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2015년 5월부터 KIST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매커니즘 설계 △매커니즘 제어다. 2007년ㆍ2008년 서강대 우수연구원 지원 장학금, 2009년ㆍ2010년 카네기멜론대 딘 펠로우십(Dean's Fellowship), 2012년 카네기멜론대 스마터플래닛어워드(Smarter Planet Award), 2015년 URAI(유비쿼터스&지능로봇 국제콘퍼런스)에서 한국로봇학회로부터 2015 Outstanding Young Scientist Award 등을 수상했다.

   
▲ KIST 임세혁 박사
Q. 최근에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2015년 7월 KIST에 들어와 현재 원내에서 참여하고 있는 과제가 하나 있고, MIT 떠나기 전에 아이디어를 냈는데 마무리 하지 못해 현재 공동연구 형태로 계속 같이 하고 있는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먼저 KIST에서 하고 있는 과제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주관하는 생각대로 움직이고, 느끼는 바이오닉 암(Bionic Arm), 일명 전자의수를 개발하는 과제로 사람 신경에 조그마한 전극을 심어 사람 신경을 흐르는 전위를 뽑아내는 것입니다. 신경이 근육을 동작시키는 콘트롤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사고로 손을 잃었거나 신경이 손상돼 없는 경우에 아직 신경은 살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신경에 조그마한 전극을 심어 신호를 추출합니다. 그 신호가 어느 정도 되면 생각대로 움직이고 느낄 수 있는데, 엄지손가락을 피려고 하는 동작을 하고자 하면 모터기반의 로봇 손을 움직이는 형태입니다. KIST에서 하고 있는 일은 그 신경전극을 만들고 신경전극을 삽입하는 기구를 시스템화해 좀 더 손쉽게 하는 것 입니다. 현재는 신경수술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신경 외부에 굉장히 질긴 막이 있기 때문에 신경에 인터페이스를 심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러한 과정을 하는 바이오 인스트루먼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KIST 전체 사업단에 4개의 세부 연구단이 있는데 제가 속한 1연구단은 신경신호를 뽑는 과정을 하고, 2연구단은 바이오닉 암 즉, 로봇 팔에 들어갈 근육을 만듭니다. 3연구단은 센서를 만드는데 실제 로봇 손을 만든 다음 손끝에 촉감이 있어야 그 촉감을 다시 사람에게 연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4연구단이 로봇 손을 만듭니다. 

   
▲Aditive Folding에 의한 3D 프린팅(토끼모습)
Q.개인적으로 MIT에서 아이디어 낸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은?

A. MIT CSAIL(인공지능연구소) 디렉터로 계시는 ‘다니엘라 러스(Daniela Rus)‘ 여교수님이 계신데 2010년 NSF(미국과학재단)로부터 큰 펀드를 받습니다. 프린터블, 프로그래머블 머신(Printable, Programmable Machines)이라고 모든 기계를 프린터(3D 프린터를 포함한 2차원 형태의 가공)를 통해 만들 수 있다는 것으로 로봇이나 머신을 다루기 쉽게 만든다는 개념입니다. 그로인해 MIT에 큰 그룹이 형성되고 MIT, 하버드, 펜실베이니아대 3개 대학이 연합해 큰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김상배 교수님 연구실은 로봇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제작)을 맡게 되었고, 제가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Aditive Folding에 의한 3D 프린팅(사람얼굴)
이 PPM 프로젝트는 작년에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종이접기로 모든 로봇을 다 만듭니다. 제가 MIT를 나오기 전에 1년간 했던 것이 종이접기로 텔레오퍼레이션 시스템 만드는 것을 했습니다. 손가락에 외골격을 착용한 다음 손가락을 움직이면 마이크로 매니퓰레이터가 움직여 작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MIT를 떠나 여기로 와서는 3D프린팅 매커니즘을 종이접기로 똑같이 구현했습니다. 일반 3D 프린터로 3차원 형상을 만들어 내는 종이접기 알고리즘과 종이접기로 만들어진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Q. 소재가 그럼 종이인가요?

A. 종이나 유연한 소재면 됩니다. 프린팅을 한 다음 일반 3D프린터는 부품을 가공하는 것이지 로봇을 가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품을 가공해 모터와 조립하든 해서 로봇을 만들어 내는데 제가 제안한 개념은 오리가미(origami:종이접기)방식으로 자동으로 접혀 제작이 되는 동시에 그 안에 있는 가이딩 스트링을 이용해 액추에이션까지 같이 됩니다. 한 마디로 3D프린팅과 액추에이션이 한 번에 연결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원래는 6~7개월 전에 연구는 끝났는데 논문으로 마무리를 못 해가지고 계속 끌다가 얼마 전에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 일부분이 이번 ICRA에서 발표가 될 것입니다. 

Q.박사논문으로 캡슐 내시경 분야를 했는데, 주된 연구 분야는 무엇인지요? 

A. 캡슐 내시경이 결과적인 산물이지 거기서 했던 것은 모두 매커니즘 설계입니다. 그런데 저는 좀 다른 것을 했던 게 단순히 매커니즘 링키지한 것 보다는 피지컬 인텔리전스라고 요즘 많이 부르는데, 지능이 컴퓨테이션(Computation)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물리적인 머티리얼이나 구조 안에 아예 그것을 박아 넣는 것 입니다. 이것을 피지컬 인텔리전스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어떤 생명체 같은 것들이 빛을 보고 그 쪽으로 따라간다거나 아니면 미생물이 어떤 화학물질이 퍼지면 그 근원을 향해서 따라가는 습성 같은 것입니다. 이러한 것은 누가 가르쳐준 것이 아니지만 그 생명체 자체가 갖고 있는 물리적인 인터랙션에 의해서 지능을 갖는 것 입니다. 그래서 셀프 폴딩, 셀프 어셈블리 같은 것이 모두 물리적인 지능이라고 보면 되는데, 물리적으로 그런 개념이 자동적으로 접히도록, 3차원 개념의 형상이 만들어 지도록 물리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것을 피지컬 인텔리전스라고 합니다. 

Q. 매커니즘 설계 최신 연구동향은 무엇이 있나요?

A. 요즘 소프트 로보틱스를 많이 하는데 매커니즘 설계하는 분들이 많이 그쪽으로 갔습니다. 저도 소프트 로보틱스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소프트 로보틱스가 진입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어느 정도 매커니즘을 하고 매뉴팩처링 경험이 있는 분들은 소프트 로보틱스가 충분히 근시일내에 팔로업 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프트 로보틱스로 많이 간 것 같습니다.

   
▲ 소프트 캡슐 내시경 모습
Q. 카네기멜론대에서 자기장에 의해 구동되는 소프트 캡슐 내시경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는데 어떤 내용인지요?

A. 제가 카네기멜론 가기 전에 서강대에서 석사를 했습니다. 그때 KIST 바이오 마이크로시스템 사업단에서 캡슐형 내시경 과제를 크게 했습니다. 그때 위탁과제로 그것을 했었는데, 그 인연으로 박사 때 카네디멜론대에서 소프트 캡슐 내시경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박사 때 카네기멜론대 지도교수님께서 그 과제에 초기에 참여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때 지도 교수님이 소프트 로보틱스라는 개념을 캡슐 내시경에 접목해 보라고 해서 연구를 시작했는데 자기장을 이용해 캡슐을 이동하다 순간적으로 자기장을 강하게 주면 캡슐 모양이 우그러지는 데 그 우그러지는 동작을 이용해 생검(Biopsy)을 한다거나 약물 배출, 아니면 위치를 알게 하는 부가적인 기능을 다른 구동기를 사용하지 않고 한 번에 구현하는 것입니다. 

Q. 카네기멜론, MIT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하셨는데 미국 로봇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요?

A. 미국 로봇산업은 일단 스케일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중소산업 같은데서 하는 것이 아니라 큰 조직에서 굉장히 스케일 있게 움직이는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느낀 것은 그 사람들이 연구할 때 ‘가라지(garage)문화’라고 집안 차고 같은 곳에서 허접하지만 자기들이 직접 만들고 직접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것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라지문화지만 그게 교육에서도 이어지고 결국은 산업까지도 가는 것 같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알고 보면 이러한 가라지 문화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약간 테크니션이 해야 될 부분이 있으면 외주를 주는데, 미국은 학교에서도 직접 학생들이나 연구원이 밀링작업을 합니다. 

   
▲KIST 연구실 앞에서
Q. 서강대를 나오셨는데 본격적으로 로봇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학부 4학년 때 로봇공학 수업을 들었는데 마지막 기말 프로젝트로 각자 하고 싶은 연구를 하라고 해서 그때 캡슐 내시경의 이동 매커니즘에 대한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마침 그 교수님도 캡슐 내시경을 전공하셨는데, 그게 연결되어 학부 4학년 기말 프로젝트부터 석사, 박사 때까지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석사 때는 캡슐 내시경의 바이옵시 매커니즘이라고 생체조직 검사하는 매커니즘을 했습니다. 그것이 본격적으로 로봇을 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답이 없는 것을 제시해도 되고, 제가 제시한 답에 대해서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 것들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중학교 때는 사실 항공분야를 좋아했습니다. 당시 우주소년단이라고 있었는데 로켓발사 하는 것을 해서 고등학교 때 항공을 하겠다고 했는데 아버님께서 항공 보다는 기계공학을 이야기 해 주셔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 학부 때 전자와 기계를 같이 전공했고, 학점 이수 한 것도 전자가 더 많고 성적도 좋습니다. 그런데 학위를 기계로 한 이유는 눈으로 보이는 결과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전자나 컴퓨터 분야는 잘 보이지 않는 형태의 연구를 많이 하는 것 같고, 로봇은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것이어서 로봇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계공학에도 여러분야가 있지만 해석, 열, 유체 같은 경우는 눈에 잘 보이지는 않는데 로봇은 물리적인 형태의 것들이 움직이고 하는 것들이 제 스스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Q. 나에게 로봇이란?

A. 제게 로봇이란 지금 키우고 있는 두 살짜리 아기 같습니다. 때로는 너무 어렵고 마음대로 안 되지만 보면 즐겁고 깜짝깜짝 놀라고 가끔씩 보면 너무 발전한 것 같은 것이 바로 로봇입니다. 

Q. 앞으로 꿈과 목표가 있다면.

A. 목표를 정해놓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목표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꿈은 제가 죽기 전에 길거리에서 로봇들이 사람들과 같이 다니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제가 조금이라도 기여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친구 중에 아르바이트로 막노동을 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자기가 막노동했던 빌딩을 지나갈 때마다 항상 ‘이 빌딩 내가 지었다. 저 벽돌 내가 날랐다고 합니다. 그런 것처럼 저도 로봇분야에서 어느 일부분은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MIT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 당시 모습. 사진은 치타로봇을 배경으로 연구실 멤버들과 함께 기념촬영. 임세혁 박사(좌측 첫번째)와 김상배 교수(왼쪽 네번째) 모습이 보인다.
Q. 연구하는데 영향을 받은 연구자분이나 교수님이 계시다면.

A.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연구자는 MIT 김상배 교수님입니다. 김 교수님은 연구 고집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있는데 자기가 갖고 있는 연구적인 고집은 있지만 그걸 꼭 이런 식으로 해야겠다는 고집은 없습니다. 누구든 합리적인 방법이나 대안을 제시하면 언제든 그것을 수긍하시는 분이고, 하나하나 특정하게 알고 계시다기 보다는 넓게 알고 계시지만 그것이 맞는 방향이다 틀린 방향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옳은 방향이다 싶으면 밀고 나가다보니 성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특히 PI정도 대학 교수나 큰 연구단을 지휘하는 분이라면 기술적으로 뭐가 맞다 틀리다 하는 것 보다는 커다란 방향성만 중심을 잡고 제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로봇을 전공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저는 기본적으로 왜 그렇게 됐는지 원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지만 로봇은 사실 개발입니다. 개발이란 기존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상상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음악이나 미술을 잘 해 보라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예술 하는 분들이 로봇을 새로 개발하면 굉장히 창의적인 것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창의성 같은 것들이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Q. 향후 유망한 로봇 분야가 있다면.

A. 이번에 바이오닉 암 과제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사이보그가 굉장히 재미있고 유망할 것 같습니다. 저는 완전 자동화된 과정에 의해서 운용되는 로봇 보다는 사람의 융통성과 로봇이 갖고 있는 장점을 결합하는 형태가 굉장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KIST 연구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임 박사
Q. 어떻게 하면 국내 로봇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조언을 해 주신다면.

A. 제가 로봇산업계에 있지 않아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실 잘 모르지만 “걸러서 듣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기술에 대해서 과장하지 않고 이야기를 해주어야 산업계 있는 분들이 그것을 걸러듣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담백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 기술에 대해 학교나 연구소에서 굉장히 과장되게 이야기하고, 그걸 받는 기업에서는 진짜인줄 알고 와보면 실제로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산업 발전을 위해 학교, 연구소에서 만든 기술과 산업계에 맞는 연결 다리가 굉장히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개발한 것은 이 정도이고, 실제 이 기술을 사용해 기업들이 이윤을 내려면 이 정도 되어야 하는데 그 기간은 어느 정도이며, 어느 정도 투자를 해야 한다고 솔직히 이야기해야 산업에 있는 분들이 의심하지 않고 충분히 투자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기술을 생산하는 분들은 과장하지 말고 담백하게, 그 기술을 이용하실 분들은 걸러서 듣자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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