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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및 경제

중년의 뇌, 가장 뛰어나다. 그런데?

중년의 뇌, 가장 뛰어나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30세가 되기 전에 과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지 못하면 평생 위대한 업적을 남기지 못한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상대성 이론 논문을 20대 중반에 발표했습니다. 성인이 되면 모든 신체 조직은 노화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젊을 때야말로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뜻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머리가 둔해지고 보수적으로 바뀌어 혁신적 발상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실제로 제임스 왓슨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낸 나이는 25세였고, 오손 웰즈는 역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인 <시민 케인>25세 때 만들었습니다.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인 E. E. 커밍스의 대다수 걸작들은 20~30대에 썼습니다. 역시 젊음이 최고의 무기인 것일까요?

그런데 저는 아인슈타인과 좀 생각이 다릅니다. 일단 실제 제가 그렇습니다. 올해(2017) 마흔이 되는 저는 어느새 중년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열 권의 책을 썼는데, 놀랍게도 지금이 30대 초반보다 책 쓰기가 쉽습니다. 저는 온라인 강의, 오프라인 강의, 팟캐스트를 대본 없이 대부분 외워서 합니다. 최근 암기하는 것에 대한 하등 어려움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심지어 저는 올 초에 SNS에 이런 문구를 남긴 적도 있습니다.

요즘 부쩍 나이가 들었음을 느낀다. 공부가 더 잘된다.

 

제가 망상에 사로잡힌 것일까요? 중년들이여,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뇌는 사람의 일생 가운데 가장 뛰어나니 말입니다.

중년의 뇌는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 셰리 윌리스와 남편 워너 샤이는 1956년부터 40년 넘게 6,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정신적 능력을 연구해 왔습니다. 이들은 20세에서 90세 사이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남자와 여자를 절반씩, 시애틀에 있는 건강관리 단체에서 무작위로 선별된 사람들로 대상을 선정했습니다. 이 부부가 측정한 정신적 능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휘 : 얼마나 많은 단어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그것의 동의어를 얼마나 많이 찾을 수 있는가?

언어 기억 : 얼마나 많은 단어를 기억할 수 있는가?

계산 능력 : 사칙연산을 얼마나 빨리할 수 있는가?

공간 정향 : 어떤 사물이 180도 돌아갔을 때, 그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얼마나 잘 식별할 수 있는가?

지각 속도 : 녹색 화살표가 보일 때 얼마나 빨리 단추를 누를 수 있는가?

귀납적 추리 : 논리 문제를 얼마나 잘 풀 수 있는가?


부부는 연구 결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능에 대한 상투적인 관점이나 교양 있는 보통 사람들이 견지하는 순진한 이론들과 달리, 많은 고차원적인 인지 능력의 발달 면에서 청년기는 인지적 절정기가 아니다. 연구 대상이 된 여섯 가지 능력 가운데 네 가지 능력은 중년인 사람들이 본인의 25세 당시보다 더 수준 높게 발휘하였다.”


다시 말해, 계산 능력과 지각 속도를 제외한 어휘, 언어 기억, 공간 정향, 귀납적 추리는 20~39세보다 40~65세 때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뜻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을 함에 있어서 사칙연산 및 지각 속도보다 어휘, 언어 기억, 귀납적 추리가 훨씬 더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중년의 뇌는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태입니다. 심지어 그릿(Grit) 지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높아집니다. 그릿은 근성, 투지, 끈기, 자제력과 비슷한 개념으로, 성과 및 생산성과 가장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특성입니다. 그릿지수는 20대부터 60대까지 거의 선형적으로 증가합니다. 경험의 축적이 근성, 투지, 자제력 수준을 올려주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종단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생을 많이 살수록 성실성, 자신감, 배려, 평정심이 발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성숙의 원리라고 합니다. 


종합해 보면 중년은 최고의 뇌, 높은 그릿, 성숙함이라는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는 환상적인 시기인 셈이죠(그래서 그런지 40세에 집필한 이번 일취월장이 저는 무척이나 만족스럽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국 기준으로 기술 창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성공한 평균 연령은 38세이며,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아이디어 박스를 설치해 아이디어를 모으면 가장 가치 있는 제안을 한 나이는 55세로 나옵니다.


로저 스페리는 좌뇌와 우뇌가 각기 다른 기능이 있다는 획기적인 발견을 49세에 했으며, 알프레드 히치콕의 최고의 작품인 <현기증>,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사이코>는 각각 59, 60, 61세에 만들어졌습니다.


영미권의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걸작 92%가 모두 40세 이후에 만들어졌고, 마크 트웨인을 세계 최고의 문학가로 만든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그가 49세 때 출간한 작품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46세에 최후의 만찬, 50대 초반에 모나리자를 창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중년들은?



그러나 이쯤에서 우리 한 번 메타인지를 높여 보죠. 객관적으로 현재 우리 모습을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나라의 중년들은 자신의 무기를 잘 활용하고 있나요?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단 문해력을 봅시다. 문해력이란 글을 이해하고 평가하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으로 학습 능력을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입니다. 특히 OECD에서 평가한 성인 문해력의 경우, 2등급 이하는 토론이 안 되는 수준을 뜻합니다.

안타깝게도, 정말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경우 20~30대는 토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3등급에 걸쳐있지만, 40대 이상의 중년의 문해력은 2등급에 머물고 있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문해력이 떨어집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만약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놓고 청년과 중년이 토론을 하게 된다면 중년 때문에 토론이 원활히 안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은 우리나라만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20대가 가장 문해력이 높지만 다른 선진국들은 40대 초반이 가장 문해력이 높습니다. 앞에서 제가 입에 침을 발라가면 치켜세운 중년들은 모두 서양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 중년들이 아닌 것이죠. 만약 우리나라 중년을 놓고 연구를 했다면 완전 다른 결과가 나올 수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나이가 들면 머리가 멍청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뇌세포가 굳어간다고 생각하죠. 기억력도 가물가물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독서도 잘 하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습니다. 실제 우리나라는 독서량이 나이가 들수록 계속 줄어듭니다. 선진국들은 30대 중반부터 40대까지 가장 책을 많이 읽는데 말입니다. 책도 읽지 않고 공부도 하지 않으니 진짜로 머리가 멍청해집니다. 

뇌는 가소성이 있습니다. 뇌는 자꾸만 변화한다는 뜻입니다. 특정 분야의 공부를 많이 하고 기술을 향상시키면, 그것과 관련된 뇌 부위의 신경섬유의 연결이 많아지면서 높은 효율을 제공해주는 뇌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죽을 때까지 그렇습니다. 뇌를 많이 써서 신경섬유가 두터워지면 알츠하이머병에도 높은 방어 능력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뇌를 쓰지 않으면, 빈약한 뇌로 남게 됩니다. 빈약한 뇌에는 빈약한 수준의 말과 행동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식도 부족하고 논리도 부족하니 나이로 찍어 누르고, 지위로 짓밟고, 구석기적 경험으로 허세를 부리는 꼰대가 됩니다.

현재 어떤 영역이든 간에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리더들은 대부분 중년입니다. 중년이 성장해야 정치도, 사회도, 비즈니스도 모두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가장 뛰어난 뇌를 가진 중년들이여, 화이팅!

2018/01/19 - [경영 및 경제] - 범생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 없어요!

원문 http://ppss.kr/archives/146625